"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는 이브의 사과, 둘째는 뉴턴의 사과, 셋째는 세잔의 사과다." 프랑스 화가 모리스 드니는 이렇게 말했다. 신의 명령을 어긴 이브 낙원에서 추방, 신으로부터 독립하는 인간, 사과를 땅에 떨어뜨리는 건 어떤 힘인가? 중력, 자연의 법칙을 밝혀내기 시작하는 인간의 과학, 앞으로는 한 달 동안 한자리에 앉아서 사물을 관찰해야겠어요. 약간씩 고개만 돌려도 새로운 모습이 보이니까요 -폴 세잔- 오랜 시간의 변화, 변화하는 형태와 색, 모든 방향에서 보이는 모습이 담긴 하나의 공간, 단순히 실제 사과처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과의 본질을 그리기위해 노력했다.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며 색채면에서는 마티스 등 야수파에 영향을, 형태면에서는 피카소 등 입체파 화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야수파와 입체파는 나아가 추상미술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에게 다른 세계, 다른 생각, 다른 상상을 열어준 세 개의 사과, 그리고 천재가 삼킨 네 번째 사과, 그는 컴퓨터의 아버지 인류 최초로 인공지능의 개념을 생각해 낸 수학천재, 앨런 튜링,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통신기 ‘에니그마’를 해독하여 조국 영국을 승리로 이끈다. 그러나 1952년 경찰에 체포, 그의 죄명은 ‘대단히 점잖지 못한 행위(동성애자)’로 ‘징역 10년 혹은 호르몬 요법’의 판결을 받는다. “여성 호르몬 투여로 그의 비정상적인 성적욕망이 차단되면 동성애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여성호르몬 투여로 여성처럼 변하는 몸, 사회와 격리된 앨런 튜링의 마지막 선택은 백설 공주의 독이든 사과, “사회는 나에게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순수한 여자가 선택할 만한 방식의 죽음을 택한다.” 그의 죽음 12년 후 과학계는 앨런 튜링상을 제정하여 세계 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든 튜링이 인류에게 끼친 업적을 기억했다.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수학천재를 성적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고 사회적으로 매장 시킨, 당시의 영국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고, 포용력이 없었으며, 유연한 사고방식을 하지 못하는 폐쇄된 사회였던 것이다. 이러한 폐쇄된 사회는 더 이상 유기체가 아니다. 이러한 무기체 조직이나 사회에서는 살아 숨 쉬는 창의력이 살아 있을 수 없다. 결국 영국은 패권국의 지위를 미국에게 넘겨주게 된다.
우리사회는 지금 어떨까? 양극화는 이제 극단을 치닫고 있다. 부익부 빈인빈의 문제를 떠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계층간의 양극화도 심해졌으며, 세대간의 양극화도 심해졌다. 소통을 통해 갈등과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거의 실패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는 무기체이다. 이제 정말 조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양극화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과가 몇개 더 있었다. 윌리엄 텔의 사과도 있었다. 윌리엄 텔의 사과는 오스트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위스의 독립을 이루어내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스피노자의 사과도 있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을 찾으려했던 의지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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